부코스키


한평생, 이 동네를 다니면서 나는 거미줄과 맞닥뜨렸고, 찌르레기에게 공격받았으며,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모든 것이 영원히 지루하고, 절망적이었으며, 저주받았다. 심지어 날씨조차 버릇없고 거지 같았다. 

몇 주 동안 참을 수 없이 덥거나 비가 왔고, 비가 오면 대엿새는 계속 내렸다. 물이 잔디위로 올라와 집 안까지 쏟아져 들어왔다. 

배수관을 계획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그런 문제에 대해 아는 거 하나 없으면서 잘도 돈을 받아 처먹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일도 마찬가지로 나쁘고, 절망적이며, 태어난 날과 똑같았다. 

유일한 차이라고는 이제 이따금 내가 술을 마신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니었다. 

술만이, 인간이 영원히 멍청하게 앉아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그 외에 모든 것은 그저 쪼고 쪼고 내려찍어 깎아 낼 뿐이었다. 

재미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나도. 

사람들은 틀에 갇혀 조심스러웠고, 모두 똑같았다. 

그리고 이 씨팔 새끼들과 평생을 같이 살아야겠지, 난 생각했다. 맙소사,

모두 똥구멍과 성기 입과 겨드랑이뿐이야. 똥 싸고 수다 떨고, 말똥만큼이나 지루하지. 

여자애들은 멀리서 보면 예뻤다. 햇빛이 그 애들의 원피스,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입에서 흘러나오는 속마음을 들으면 언덕 아래에 구멍을 파고 기관총을 든 채 잠복하고 싶어졌다. 

내가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결혼이 가능할리도 없었다. 아이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젠장, 접시 닦이 일자리조차 없다. 

어쩌면 은행 강도가 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저주받을 것. 화염과 불줄기가 있는 어떤 것. 

총알은 딱 하나뿐인데, 어째서 창문 닦이가 되겠는가?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언덕을 따라 더 내려갔다. 

기회가 없는 이런 미래에 정신이 흐트러지는 사람은 나뿐이란 말인가?



나는 눈을 감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수천 마리 물고기가 거기서 서로 먹어 치우고 있었다.

삼키고 싸지르는 끝없는 입과 항문. 

온 지구가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삼키고 싸고 떡 치는 입들과 항문들.



기계에서는 똑딱거리는 소리가 났다. 평화로웠다. 

자동 타이머 장치든지 달아오르는 전등에 붙은 금속 반사 장치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편안하고 긴장이 풀리는 소리였지만, 생각해 보니 의사들이 내게 해준 모든 조치가 다 쓸모없다는 결론이 났다. 

잘되어 봤자 침 때문에 남은 상처를 평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빴지만, 정말 신경 쓰이는 건 그게 아니었다. 

신경 쓰이는 것은 의사들이 나를 치료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논의와 태도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주저했고 염려했지만 뭔가 관심도 없고 따분해했다. 

결국 그들이 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뭔가, 뭐라도 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너무 비전문적일 테니까.  

그들은 가난한 자들을 실험해 보고 만약 효과가 있으면 그 치료법을 부자에게 썼다. 

효과가 없더라도 실험해 볼 가난한 자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미래에 대비하려고고 빈민가까지 가보는 연습을 했다. 

거기서 본 광경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 들은 특별히 대담하거나 영리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을 원했다. 

또한 정신병자인 것이 분명한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거리를 걸어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사회의 가장 가난한 곳과 가장 부유한 곳 양극단 모두에서, 

미친 자들이 사람들 사이에 자유롭게 섞여 지내도 눈감아 준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나는 내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아이였을 때 알았듯이, 내게는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아직도 알고 있었다. 

살인자, 은행 강도, 성자, 강간범, 수도승, 은자가 될 운명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숨을 수 있는 고립된 공간이 필요했다. 

빈민가는 역겨웠다. 

제정신을 가지고 평범히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지루했고, 죽음보다 나빴다. 

다른 가능한 대안은 없어 보였다. 

교육 역시 덫으로 보였다. 스스로 허용한 약간의 교육 덕택에 나는 한층 더 의심이 생겼다.

 의사들, 변호사들, 과학자들은 뭘까? 

그들은 독립된 개체로서 생각하고 행동할 자유를 박탈당하도록 눈감은 자들이다. 

나는 내 판잣집으로 돌아가서 술을 마셨다.



그곳에 앉아 술을 마시면서 나는 자살을 생각했지만 내 육체, 내 삶에 대한 이상한 애착을 느겼다. 

흉터가 가득하긴 했어도 내 것이었다. 

나는 서랍장 위 거울을 들여다보며 씩 웃었다. 

어차피 가야 한다면, 여덟, 열, 혹은 스무 명을 데리고 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12월의 토요일 밤이었다. 

나는 내 방에 있었고, 평소보다 훨씬 더 술을 많이 마시면서 줄담배를 피웠고 여자애들과 도시와 일자리와 앞으로 남은 세월을 생각했다. 

앞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보이는 광경 중에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었다. 

나는 인간 혐오자도 아니고 여성 혐오자도 아니었지만, 혼자가 좋았다. 

작은 공간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았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의 좋은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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