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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3 백야
  2. 2013.01.23 백야
  3. 2011.09.02 지하생활자의 수기

백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 가슴을 두드리는 대자연의 신비,

대자연은 내게 아스라이 처녀를 연상케 해 준다. 병약하여 금방 쓰러질 것만 같이 호리호리한 몸매의 처녀 말이다.

사람들은 때론 가엾은 눈길로, 때론 동정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본다.

때로는 그녀를 전혀 느끼지도 못한다.

그러다가 그녀가 갑자기 상상도 못했던 아름다운 자태로 변신하면 넋을 잃고 마음속에 이런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저 슬프고 꿈꾸는 듯한 눈동자에 매혹적인 눈빛을 불어넣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저 가냘픈 몸매에 무엇이 저토록 찬란한 정열을 가득 차게 한 것일까?

 어떻게 해서 저 가엾은 처녀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고 생명력이 넘치며 아름다움과 미소가 별빛처럼 반짝이는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날이 되면 사람들은 그 처녀에게서 예전과 똑같은 창백한 얼굴과 가냘픔, 방심한 듯한 표정을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안에서 허무하게 불태워 버린 순간의 정열, 치명적인 고독과 분노의 흔적마저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토록 빨리 순식간에 시들어 버리고,

사람의 마음을 살짝 스쳐 지나가고 만 것들, 허무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 반짝이는 찰나에 마음을 주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회한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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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아닙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이제 우리 두 사람의 삶은 각자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처럼 나쁘지 않다는 말입니다.

나스첸카, 이제 나는 나의 삶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걸핏하면 우울해지곤 했답니다.

내가 참다운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을까 의심이 들 때면 언제나 그랬죠.

그럴 때면 살아가는 요령도, 감각도 다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각성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처럼 무서운 비수는 또 없을 거니다.

내 주위에는, 세상이란 범접할 수 없는 집단이 빙빙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단조로운 생활, 저속한 꿈과 환상.

그런데 그런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겨 낼 수 없다는 절망감이 고개를 쳐듭니다.

아아, 나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공상하기에도 지쳐, 마침내 산산이 부서져 녹아버릴 정도입니다.

그 폐허의 파편 속에서 그래도 일어서기 위해 공상가는 잿더미를 뒤집니다.

거기서 조그마한 불씨라도 찾아내어 스스로를 위로해야 하니까요.

그것은 뭘까요? 예전의 그리움, 감동, 정열, 애모, 속임수 등등..

 

나스첸카, 지금의 나는 이 도시의 어두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닙니다.

일찍이 내가 행복했었던 장소와 시간들, 그 편린을 쫒아 다니는 거지요.

과거에 좋았던 일이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차분했었다고 생각됩니다.

나를 괴롭히는 어두운 상념이나 마음의 가책이 그때는 없었으니까요.

나는 씁쓸한 기분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대체 내 꿈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

'세월은 참으로 빠르구나'

'네 세월을 어디에 매장해 놓았는가?'

'조심해라, 세상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그 뒤에는 우수가 찾아오니까

지팡이를 짚어야 할 늙음이 다가온다. 그리곤 초라한 모습의 낙심만이 남게 된다.

네 환상의 세계는 점점 엷어지고 꿈은 가랑잎처럼 흩어진다.'

아아 나스첸카 나는 외톨이가 됩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외톨이가 되어 동정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모든 게 스쳐가는 꿈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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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의 수기


나는 짖궂은 인간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국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위인이다.
악인도 될 수 없었고
선인도
비열한도
정직한 인간도
영웅도 벌레도 될 수 없었다
지금 나는 내 방구석에서 최후의 나날을 보내면서 슬기로운 인간은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오직 바보같은 자들만이 무엇이든 될 수 있을뿐이다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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