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 가슴을 두드리는 대자연의 신비,

대자연은 내게 아스라이 처녀를 연상케 해 준다. 병약하여 금방 쓰러질 것만 같이 호리호리한 몸매의 처녀 말이다.

사람들은 때론 가엾은 눈길로, 때론 동정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본다.

때로는 그녀를 전혀 느끼지도 못한다.

그러다가 그녀가 갑자기 상상도 못했던 아름다운 자태로 변신하면 넋을 잃고 마음속에 이런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저 슬프고 꿈꾸는 듯한 눈동자에 매혹적인 눈빛을 불어넣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저 가냘픈 몸매에 무엇이 저토록 찬란한 정열을 가득 차게 한 것일까?

 어떻게 해서 저 가엾은 처녀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고 생명력이 넘치며 아름다움과 미소가 별빛처럼 반짝이는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날이 되면 사람들은 그 처녀에게서 예전과 똑같은 창백한 얼굴과 가냘픔, 방심한 듯한 표정을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안에서 허무하게 불태워 버린 순간의 정열, 치명적인 고독과 분노의 흔적마저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토록 빨리 순식간에 시들어 버리고,

사람의 마음을 살짝 스쳐 지나가고 만 것들, 허무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 반짝이는 찰나에 마음을 주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회한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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