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상의 부정

그러면 왜 인간에게는 목적이나 소망을 달성하려는 욕망이 있는 것일까요? 목적을 달성하기도 하고 무엇인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은 확실히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을 때 생기는 것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또한 '나'는 불충분하고 공허하며 마음이 빈약하기 때문에 무엇인가 되려고 함으로써 투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외면적으로든, 내면적으로든, 나는 인간이나 물건이나 관념 속에서 '나'의 목적이나 소망을 달성하려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이 '나'의 공허를 충만시키기 위하여 '나'의 생에 전부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허하고 내면적으로 빈약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외면적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소유하기도 하고, 내면적으로 마음의 풍요를 위하여 분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마음의 공허감으로부터 활동, 묵상, 획득, 달성, 권력 같은 것을 통해서 도피하려고 할 때에만 노력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노력이 우리의 일상 생활로 되어가는 것입니다. 나는 자신의 미숙함이나 마음의 빈약함을 알고 그로부터 도피하기 위하여 또는 그것을 충만시키기 위하여 분투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공허감으로부터의 도피나 회피, 또는 은폐에는 필연적으로 분투와 경쟁과 노력이 수반되게 됩니다.

그러면 만일 도피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그 사람은 그 고독과 공허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그 공허함을 그대로 수용했을 때 분투나 노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창조적 상태가 출현하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내면적인 고독이나 공허를 회피하고 있을 때에만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보고 관찰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것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모든 분투가 사라진 어떤 상태가 생겨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상태 자체가 창조력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투의 결과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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