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아닙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이제 우리 두 사람의 삶은 각자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처럼 나쁘지 않다는 말입니다.

나스첸카, 이제 나는 나의 삶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걸핏하면 우울해지곤 했답니다.

내가 참다운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을까 의심이 들 때면 언제나 그랬죠.

그럴 때면 살아가는 요령도, 감각도 다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각성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처럼 무서운 비수는 또 없을 거니다.

내 주위에는, 세상이란 범접할 수 없는 집단이 빙빙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단조로운 생활, 저속한 꿈과 환상.

그런데 그런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겨 낼 수 없다는 절망감이 고개를 쳐듭니다.

아아, 나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공상하기에도 지쳐, 마침내 산산이 부서져 녹아버릴 정도입니다.

그 폐허의 파편 속에서 그래도 일어서기 위해 공상가는 잿더미를 뒤집니다.

거기서 조그마한 불씨라도 찾아내어 스스로를 위로해야 하니까요.

그것은 뭘까요? 예전의 그리움, 감동, 정열, 애모, 속임수 등등..

 

나스첸카, 지금의 나는 이 도시의 어두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닙니다.

일찍이 내가 행복했었던 장소와 시간들, 그 편린을 쫒아 다니는 거지요.

과거에 좋았던 일이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차분했었다고 생각됩니다.

나를 괴롭히는 어두운 상념이나 마음의 가책이 그때는 없었으니까요.

나는 씁쓸한 기분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대체 내 꿈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

'세월은 참으로 빠르구나'

'네 세월을 어디에 매장해 놓았는가?'

'조심해라, 세상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그 뒤에는 우수가 찾아오니까

지팡이를 짚어야 할 늙음이 다가온다. 그리곤 초라한 모습의 낙심만이 남게 된다.

네 환상의 세계는 점점 엷어지고 꿈은 가랑잎처럼 흩어진다.'

아아 나스첸카 나는 외톨이가 됩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외톨이가 되어 동정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모든 게 스쳐가는 꿈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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