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지하 감옥의 나쁜 공기가 차츰 쥘리엥에게 견딜 수 없게 되었다.

다행이 쥘리엥의 사형 집행 날에는 찬란한 햇빛이 만물에 즐겁게 내리쬐고 있었고 쥘리엥도 굳건한 용기가 솟았다.

그에게는 대기 속을 걸어 나가는 것이 오랫동안 바다에 나가 있던 항해자가 육지를 산책하는 것처럼 상쾌한 느낌이었다.

자, 만사가 잘되어 나간다. 나도 조금도 용기를 잃지 않았고, 그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잘려 나가려는 그 순간만큼 그 머리가 그렇게 시적인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한때 베르지의 숲 속에서 지냈던 가장 감미로운 순간들이 한꺼번에 그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끝났으며 쥘리엥은 아무런 가식 없이 최후를 마쳤다.


하루는 그가 푸케에게 이런 말을 했다.

"누가 알겠나? 어쩌면 우리가 죽은 후에도 감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 나는 베리에르를 굽어보는 높은 산의 그 작은 동굴에서 쉬고 싶네. 쉰다는 말이 지금 심경에 어울리는 말이야. 자네에게도 몇 차례 얘기했지만, 밤에 그 동굴 속에 들어가 프랑스에서도 가장 풍요로운 지방의 경치를 멀리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야망이 내 가슴을 불태웠지, 그때는 야망이 내 정열이었으니까... 요컨대 그 동굴은 내게 아주 소중한 곳이야. 그리고 그 동굴의 위치는 철인의 마음이라도 끌 만큼 훌륭하다는 걸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걸세.... 그런데 브장송의 수도회 사람들은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지 하는 사람들이니까 자네가 잘만 하면 그들은 내 시신을 자네에게 팔기라도 할 거야..."

푸케는 그 슬픈 거래에 성공했다. 

그는 친구의 시신을 옆에 놓고 자기 방에서 혼자 밤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놀랍게도 마틸드가 들어서는 것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는 브장송에서 4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마틸드를 남겨두고 온 길이었다. 마틸드의 눈초리가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그를 보고 싶어요."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푸케는 말할 용기도 일어설 기력도 없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마루위에 놓인 커다란 푸른 망토를 가리켜 보였다.

그 속에 쥘리엥의 시신이 싸여 있었다.

그녀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보니파스 드 라 몰과 마르그리트 드 나바라의 기억이 아마 그녀에게 초인적인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망토를 열었다. 푸케는 고개를 돌렸다.

서둘러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마틸드의 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촛불을 여러 개 켜놓았다. 

푸케가 힘을 내어 그녀를 쳐다보니,

 마틸드는 자기 앞의 작은 대리석 탁자 위에 쥘리엥의 머리를 올려놓고 그 이마에 키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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