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코스키


그때 난 동거중인 여자가 있긴 했지만 그 여자도 집에 없을 때가 많아 나도 외로운 편이었다. 내 옆에 서 있는 큰 엉덩이 때문이라도 외로웠다.


조이스는 마침내 달팽이를 삼켰다. 그러더니 접시에 담긴 다른 것들도 찬찬히 살폈다.

'모두 작은 똥구멍이 달렸어! 끔찍해! 끔찍하다고!'

'똥구멍이 뭐가 끔찍해?'

조이스는 냅킨을 입에 갖다 댔다. 그녀는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달려갔다. 조이스는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엌에서 화장실에 대고 소리쳤다.


'똥구멍이 뭐가 나쁘냐고! 당신한테도 똥구멍은 있잖아. 나도 똥구멍이 있다고! 가게에 가서 큼지막한 쇠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사봐. 거기도 똥구멍은 달렸어! 지구상에는 똥구멍이 널렸단 말이야! 어떤 면에서는 나무들도 똥구멍이 달렸는데 못 찾는 것뿐이야. 나무들도 이파리를 싸잖아. 당신 똥구멍, 내 똥구멍,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똥구멍으로 가득 찼어. 대통령도 똥구멍이 있고, 세차장 직원들도  똥구멍이 있어. 판사들도 살인자들도 똥구멍이 있다고. 심지어 자주색 넥타이핀 남자도 똥구멍은 있어!'

'아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

그녀는 다시 구역질을 했다. 시골 촌년. 나는 사케를 따서 한 잔 마셨다.


나는 웃었다. 슬픈 웃음이었다. 그건 인정해야지.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왔다.

'이거 맞히기 쉽네. 하지만 당신은 그자하고도 원만하지 못할 거야. 행운을 빌어. 당신의 이런저런 점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 알고 있을거야. 단지 돈 때문이 아니고.'

조이스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엎드린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저 촌년, 응석받이로 자라서 불안정한 애일 뿐이었다. 저기서 아무런 가식 없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울고 있었다.

베티는 아이가 둘 있었지만, 둘 다 베티를 찾아오는 법이 없었고 편지를 보낸 적도 없었다. 베티는 이제 싸구려 호텔의 청소부였다. 처음 베티를 만났을 때 그녀는 비싼 옷을 입고 있었고 날씬한 발목에 비싼 구두를 신고 있었다. 몸매가 탄탄했고 아름답다고 할 만했다. 눈은 야성적이었다. 잘 웃었다. 부자 남편을 만났다가 이혼했는데, 그는 음주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죽어서 코네티컷에서 화장되었다. <저 여자를 길들일 순 없을 거야.>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저 꼴이었다.

신부는 맨날 하는 소리를 읊었다. 나는 듣지 않았다. 관이 있었다. 과거에 베티였던 존재가 그 안에 있었다. 아주 더웠다. 해가 지면서 노란 침대보처럼 빛이 깔렸다. 파리 한 마리가 빙빙 돌았다. 반쪽짜리 장례식이 반쯤 지났을 때 작업복을 입은 두 남자가 내 화환을 들고 왔다. 장미는 시들어 있었다. 더위 속에서 시들어, 시들었고, 시들고 있었다. 그들은 그 물건을 가까운 나무에 기대 놓았다. 장례 미사가 거의 끝나갈 때 호환이 앞으로 기울더니 철퍼덕 엎어졌다. 아무도 세우지 않았다. 그때 미사가 끝났다. 나는 신부에게로 가서 악수를 했다. '고맙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미소짓는 사람이 둘이 되었다. 신부와 마샤. 오는 길에 래리가 다시 말했다. '묘석은 어떻게 할지 편지를 쓸게요.' 나는 아직도 그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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