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 3. 10 목요일


멀리서 올빼미 우는 소리가 들리고 그 반대쪽 계곡에선 낮고 깊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은 새벽이다.

하루의 소음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고요하다.

해가 떠오르는 곳은 어딘지 신비롭고 성스럽다.

거기에는 여명에 대한, 신비롭고 고요한 빛을 향한 기도와 찬송이 있다.

그 이른 아침 햇살은 부드러웠고 미풍조차 불어오지 않았다.

모든 식물들, 나무와 풀들은 고요하고 또 평온하게 앉아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명은 신비한 고요로 천천히 대지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밝아오기 시작했고, 해는 산봉우리를 정결한 금빛으로 물들였다.

산꼭대기의 눈은 햇살과 함께 순결하고 깨끗히 빛났다.


당신이 산 아래로 난 오솔길을 따라 

작은 마을을 떠나 산으로 올라가자, 대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귀뚜라미와 메추라기, 그리고 온갖 다른 새들은 새로운 날의 숭배로 넘치는 아침노래와 찬송을 시작했다.

해가 떠오르면 당신은 생각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빛의 일부가 된다.

당신은 스스로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영혼은 그것의 투쟁과 고통들을 깨끗이 비워내었다.

당신이 산길을 따라 걸어올라갈 때면 혼자 있다는 느낌마저 사라졌다.

아침 안개는 게곡을 따라 서서히 움직였고, 안개가 점점 더 짙어질수록 당신은 삶의 환상과, 낭만과, 순진무구함으로 빠져들었다.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후 당신은 산을 내려왔다.

바람과 풀벌레들의 속삭임, 새들의 노랫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이 산을 내려오자 안개는 소리없이 사라졌다.

새벽의 영광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거리와 상점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당신은 틀에 박힌 일상의 삶을 시작한다.

당신은 반복되는 업무에 사로잡힌 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툼 속에서, 자연과의 동일화를 잃어버린 채, 

이데올로기의 분열 속에서 전쟁을 준비하며, 

당신 안의 고통과 인간의 영원한 슬픔을 지니고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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