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섹스에 관한 단상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두 가지 문제는 사랑과 섹스이다. 사랑은 추상적인 관념이고 섹스는 실제 생활의 육체적 충동이다. 이것은 분명 존재하며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먼저 사랑이 무엇인지를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실제 있는 그대로 알아보자. 

과연 사랑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사고가 쾌락으로써 배양한 관능적 기쁨인가, 아니면 크나큰 기쁨이나 정적인 즐거움을 주었던 경험을 상기하는 것인가? 

석양의 아름다움, 당신이 만지거나 보는 가녀린 잎새, 혹은 당신이 냄새맡는 꽃향기가 사랑일까? 

사랑은 쾌락인가, 아니면 욕망인가? 혹은 이 둘 다인가? 

사랑은 신성한 것과 비천한 것으로 나눌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사고가 결코 깨트릴 수 없는 분리 불가능한 전체인가? 

사랑은 대상 없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대상이 있을 때만 생기는가? 

당신이 한 여인의 얼굴을 보기 때문에 사랑이 당신 안에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사랑은 사고가 지속성을 부여하는 감각, 욕망, 쾌락인가? 아니면 사랑은 다정함처럼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당신 안의 어떤 상태인가? 

사랑은 대상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사고가 배양한 어떤 것인가, 아니면 사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라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것인가? 

사랑이란 낱말과 그 배후의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섹스에 관한 번뇌에 시달리거나 노이로제 상태가 되며, 나아가 섹스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사랑은 사고에 의해 조각나서는 안 된다. 사고가 사랑을 조각내버릴 때, 그때는 더는 사랑이 아닌 전혀 이질적인 것, 즉 기억, 프로파간다, 위안, 편리함의 산물이 되고 만다.

섹스는 사고의 산물일까? 

섹스 안엔 쾌락, 기쁨, 우애, 정다움이 들어 있는데 이런 것은 사고에 의해 강화되어 떠오르는 감정일까? 

성적인 행위 속엔 자기망각, 자기포기, 두려움과 근심, 걱정들이 사라지는 감각이 있다. 이러한 다정함과 자기포기 상태를 기억하고 되풀이하기를 바라면서, 말하자면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되씹고 있다. 이런 것이 다정함인가, 아니면 이미 끝나버렸지만 반복을 통해 다시 붙잡고 싶어서 단순히 회상하는 것인가? 

아무리 즐거운 것이라도 반복하는 것은 파괴적인 과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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