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5


어릴 때 일이다. 

갑자기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검은 천장이 보였다. 

내가 사라진다고, 엄마가 사라진다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다.

울면서 안방에 달려갔다.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물었다.

‘엄마! 죽는 게 너무 무서워요.’

그러자 엄마가 나를 꼭 안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우린 죽으면 천국에서 다시 만날 거야.’


새하얀 구름 위에 가족들이 있었다. 

엄마, 아빠, 나, 형, 죽은 강아지도, 할머니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를 안고 있는 하나님이 있었다. 

비로소 안심이 됐다. 방으로 돌아왔다. 자고 있는 형이 있었다. 형을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이제는 이런 게 거짓말임을 안다.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십계명을  거의 다 어겼다. 

토요일 밤이면 술에 취해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일요일 오후 두시까지 잔다. 

길을 걷다 십자가를 보면 우울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외웠던 주기도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아마도 이 반대일 것이다.

끊임없이 시험 속으로 뛰쳐 들어가야 한다. 

시험이 없다면 시험을 만들어야 한다.

시험이 없는 평온한 상태, 천국과 같은 곳이야 말로 죽음과 가장 근접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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