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4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에 취해서 자고 있었고, 

자기가 누군지도 인식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가 있었지만 약을 많이 먹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살인범, 강간범, 정신분열, 스키조, 알콜중독, 도박중독, 모두 병원의 규칙을 잘 따랐다.

가끔씩 멀쩡한 환자들이 씩씩거리며 들어왔는데, 약을 먹으면 대부분 온순한 양처럼 변했다. 

어떤 환자들은 병원을 모텔처럼 이용했다. 

술에 취하면 들어와서 자고 다음날에 퇴원했다. 


병원 이사장은 의사지만 전형적인 사업가였다.

그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지 보다는, 

어떻게 환자들을 이용해 돈을 벌지 고민했다. 

비교적 멀쩡한 환자들은 근처 공장에서 비누를 만들거나, 

노인병동의 재활치료사로 일하거나,

밭에서 농사를 지었다.

남은 환자들은 대부분 병동 안에서 종이백을 접었다.

주 고객은 경찰 관공서 등 정부 기관이었다.

이들은 경찰마크가 그려진 종이백을 한 달 내내 접고 월 10만원을 받았다.

그것이 재활치료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사장은 존경받는 의사이자 병원 6개를 보유한 자산가였다.

그리고 종이백을 접던 환자들은 사회의 쓰레기 가족도 찾지 않는 정신병자 핵폐기물이었다.


어느 날, 한 할아버지 환자의 아들이 찾아왔다.

어머니의 유골함을 보여주고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자리를 떠났다.

이후 할아버지가 밤마다 찾아와 소리쳤다.

‘할망구가 죽었대요. 나 나가야 해요.’

다음날에도 ‘할망구가 죽었대요. 나 나가야 해요.’

일주일 뒤에도 ‘할망구가 죽었대요. 나 나가야 해요.’

그는 밥도 먹지 않았다. 

약을 먹여도 소용없었다. 

죽은 부인을 보러 나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강력했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그를 막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를 침대에 꽁꽁 묶어 독방에 가뒀다.

묶이면서도 할아버지는 소리쳤다. 

‘할망구가 죽었대요. 나 나가야 해요.’


얼마 뒤 그는 죽었다.

소원대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나는 병원을 그만두었다.

마지막 근무를 하던 날, 

병원 근처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웃었다. 

씨발, 빌어먹을, 씨발. 

그날 밤 엉망으로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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