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이곳에는 고딕 양식의 회랑이 있는데 요즘 들어 아주 멋지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그 회랑은 이해할 수 없는 중국어가 들리는 악몽처럼 차갑고 기괴한 느낌이어서, 

아무리 위대한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다른 세계의 것처럼 느껴진다. 

네로가 지배하던 고대 로마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 세계에 속하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여긴다.


낯설게 보이는 건 그뿐만이 아니다. 

알제리 군인들, 

사창가, 

처음으로 성체 배령을 하러 가는 귀여운 아를의 아이들, 

미사복을 입은 신부들, 

위험한 코뿔소를 닮은 사람들,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들....

이 모두가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보인다. 


내가 예술적 환경에서만 편안함을 느낀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기보다는 농담을 하는 쪽이 더 낫나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을 농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무 괴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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