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25 정오


K에게

이상하게도 요즘들어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난다.

막사 뒤 빨랫감을 널어놓고 총총 들어오며 보았던 검푸른 하늘

차가웠던 공기와 순박했던 친구의 얼굴,

다음날 빨래들이 빳빳히 얼거란 생각은 못한채 모두가 바보처럼 웃던 모습들

서로의 귀지를 파주며 웃던 아이들 그위로 빛나던 무수히 많은 별들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지옥이었다.

여름이면 반딧불이 날아다니고 가을이면 무당벌레 날아오던 곳

해가지면 끝없이 떠오르던 이름모를 별들

독수리를 잡던 까치들

어둠속에 빛나던 올빼미의 노오란 눈

지독히리만큼 적막한 고요

고요를 이겨보려 흥얼거리던 아이들

갈대와 새들의 노래, 춤을 추던 나무들


매일밤 얇아지고 다시 차오르는 달을 보며 해왔던 수많은 상념들

이별을 말하며 떠나가던 미소들

다시는 볼 수 없던 미소들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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