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이런 건 모두 부질없는 것이야, 그저 지껄여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보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어머니는 거의 빈털터리요. 누의동생은 어떻게 하다보니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가정교사 자리라도 찾아보려고 헤매다녔지. 두 사람의 모든 희망은 나에게만 쏠린 셈이오. 

나는 공부를 했지. 그런데 학자금을 끝내 댈 수가 없어 한때 휴학해야만 했소. 하기야 그런 상황이 계속되었더라면 10년이나 20년 뒤에 사태가 호전된다는 걸 전제로 한 이야기지만, 나는 기껏해야 선생이나 관리가 되어서 연봉 1천 루블 정도 받을 희망도 있었지..

하기야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요. 이미 훨씬 오래 전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었지. 

지금 것은 모두가 엉터리요. 당신이 말한 대로야. 원인은 전혀 다른 거요. 

그런게 아니라 이렇게 생각해줘 나는 교만하고 질투가 심하고 심술궃고 비열하고 집념이 강하고 게다가 아마도 발광증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차라리 그 모두를 합쳐 생각하는게 좋소 어차피 그전부터 발광증세가 있다고 들어왔고, 나도 알고 있었거든! 

나는 아까 대학 다닐 학자금을 댈 수 없었다고 말했지. 하지만 어쩌면 댈 수 있었을지도 모르오. 학교에 납부할 정도의 돈은 어머니가 보내 주셨을 테고, 구두며 옷이며 빵을 살 돈은 내가 벌 수 있었거든. 정말이오. 가정교사 자리도 있었고  

그런데 나는 심술이 나서 일하려 하지 않았던 거요. 

그렇지, 심술이 난 거야 이게 꼭 맞는 말이로군 

그래서 나는 개미처럼 내 보금자리에 틀어박혀 버렸소 

당신은 내 방에 온 적이 있으니 봤겠지 그런데 소냐, 낮은 천장이라든가 비좁은 방은 마음이나 머리를 짓눌러 버리게 마련이오. 

아아 그 골방구석을 내가 얼마나 증오했는지 당신은 모를거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그곳을 빠져나올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 일부러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어. 며칠이고 거기서 나오려고도 하지 않고 일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먹으려고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기만 했던 거요. 나스타샤가 먹을 것을 갖다 주면 먹고, 갖다 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굶은 채 심사가 뒤틀려 부탁하지도 않았지. 밤에는 불도 없는 컴컴한 방에서 그냥 잤소. 초 값을 버는 것도 귀찮았으니까. 공부를 해야만 하는데도 책을 팔아 버렸고, 책상 위의 노트나 수첩에는 지금 먼지가 1인치나 쌓여 있소. 

나는 벌렁 누운 채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 좋았어. 줄곧 생각만 하고 있었지. 더구나 늘 꿈을 꾸는 거야. 여러 가지 이상스러운 꿈이었어. 이야깃거리도 안 되는 그런 꿈이었지. 그런데 그때부터 머리에 아른거리기 시작한 게 있었어. 

아니 그런 게 아냐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군. 사실은 말이야 그 무렾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물어 보곤 했소. 

어째서 나는 이처럼 바보일까? 

다른 친구들이 바보이고 그 친구들이 바보임을 내가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나는 조금도 영리해지려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오. 

나중에야 알았지만 소냐 모두가 영리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일이더군. 그리고 이런 것도 알게 되었소. 즉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인간이란 함부로 변하는 것이 아니며 또 인간들을 개조할 사람이 나타날 그런 기색도 없다. 도대체 그런 일에 애를 쓰면 그 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이오. 아니 정말 그래 이건 녀석들의 법칙이거든 법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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