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들이 지나간다.

시간은 때로는 열망을 절망으로, 꿈을 현실로 타락시킨다.

별을 따라 갔다고 믿었던 내 여행은 황량하고도 또 거대한 사막에 이르렀고

폐속 깊숙히 침투한 모래바람이 격한 기침과, 갈데없는 적막함만을 내게 남겨주었다.

위대하다 믿었던 책도, 정교하다 믿었던 나침반도, 영원할 것 같이 영롱하게 빛나는 별들도

더이상 아무런 이정표가 되어주지 못한다. 

사막에는 오직 모래와 바람뿐이고, 

사막은 내 걸음을 따라 영원히 번식해 나간다.

이제는 책을 읽는 법, 별을 보는 법, 살아남는법 

그동안 내가 배우고 또 익혀왔던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

살아남자면 이제 

폐속의 모래가 담긴 피를 토하는 법

모래에 머리를 처박고 꼬꾸라져 죽어가는 법, 

그리고 바스라진 모래가 되어 이 거친 바람속에서 흩날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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