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31



남들이 찍었던 영화를 다시 찍어서

적당한 명성과 돈을 얻을 수 있다

예술가라 불릴 것이고, 스타들과 함께 일할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히 해두자

이건 삽으로 땅을 파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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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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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뭔가를 믿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것이 죽음의 질병인데 보통 그렇게 망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깐. 

에너지가 고갈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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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시노부


어떻게든 장례식에 가보려고 생각했지만, 몸 상태가 여의치 않아 추도식에는 다음과 같은 조전을 보냈다.


구로사와 씨, 사요나라.

히사이타 씨, 기쿠시마 씨, 우에쿠사 씨, 이데 씨, 오구니 씨, 

그리고 구로사와 씨마저 떠나 버려, 작품의 집필자였던 각본가는 노쇠하여 병원의 입퇴원을 거듭하는 나 혼자가 되었고,

추도식에도 출석할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리더인 구로사와에게 부탁합니다. 

모두에게 '하시모토도 좀 있으면 올거야.'라고 전해 주고, 

내가 책상다리를 하고 눌러앉을 자리를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그럼 그때까지는 잠깐이지만, 구로사와 씨 사요나라.

겨울비가 계속되는 기타가루이자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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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에 남는 말


최후에 말하고 싶은 것은 게임의 법칙이다

약자의 설움, 정권교체, 정의구현, 페미니즘, 사랑, 진보, 나치, 인종차별, 인간의 삶, 우정, 시와 낭만, 인생의 허무함 등등... 

흔히 삶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것들

이런 거 말고 말이다


수학에서 미지수를 x로 하든, y로 하든, 하든으로 하든, 하던으로 하든, 아피찻뽕위라세타쿤으로 하든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건 식 자체이지 미지수의 모습이 아니다


돈을 추구하나, 사회진보를 추구하나 본질적으로 같다

미지수가 다를 뿐, 같은 식이다

언제라도 식을 봐야 한다

미지수 x를 보며 살지 말고

곱하기 X를 보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사고하는가?

우리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이 게임의 법칙이 무엇인가?


사실이지 우리가 고민하는, 추구하는, 절망하는 모든 것은 답 그 자체다

우리는 =이후의 세계, 

모든 답들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린 이미 설계돼 있다

설계 자체를 보자

=이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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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도

겨울에도

도시에도

길을 나서면 나무들이 있다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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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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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서면 나무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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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마지막 저녁하늘..
영도 봉래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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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흐려진다
모든 경계들
인간 사랑 꿈 현실

번진다
모든 경계들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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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비몽에 관하여


인간은 타자다


그런데 다시 

인간은 하나다

즉 연결되어 있다

한 사람의 달콤한 꿈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불행한 현실이다

그래서 고통받는다


그러면 다시

인간은 연결된 타자다

연결된 타자

모순이다

그래 모순

모순이 바로 인간의 작동원리다

양자에서 부터 인간 우주를 지나 모든 곳에 있다

반드시 있다

신의 이름은 모순이다

대한민국 김모순씨

우리 옆집에 살고 있다


그런데 다시 결말에서

김모순씨가 자살을 한다

목에 밧줄을 매고 한강으로 뛰어내린다

밧줄만 남고 모순씨는 사라졌다

모순의 해체

신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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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스키


우리는 엘에이 중심

작은 판잣집에 있었어

침대에는 한 여자가

내 옆에 누워 있었지

그리고 침대 발치에는

엄청 커다란 

개 한 마리

그들이 자는 동안

나는 그들의 숨소리를

들었지

나는 생각했어, 얘들은 나를

의지하고 있구나

이게 웬 괴상한 일이야


나는 아침에도

여전히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아침을 먹은 후

차로에서 차를

뒤로 빼는 동안

여자와 개는

앞 계단 위에

앉아서 나를 구경했지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어

내가 거리로 나와

도시 속으로 사라질 때

개는 바라보고 있었지


지금 오늘 밤

나는 아직도 그 계단에 앉아 있던

그들을 생각해

그건 옛날 영화 같지

35년 된 영화

나 말고는 아무도

본 적도 이해한 적도 없었던 장면

비평가들이 평범하다고 

아무리 떠들어댄들

나는 그게 참 좋아



50년 전 나는 

버뱅크와 폴리 극장에서

여자들이 몸을 흔들며 옷을 벗는 걸

보았었지


조명이 녹색에서

자주색으로 분홍색으로 바뀌고

음악이 요란하게

진동할 때면

엄청 슬펐고

엄청 극적이었어


이제 오늘 밤 나는 여기 앉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어


하지만 아직도 그 여자들 이름

몇 개는 기억해 : 달린, 캔디, 지넷

그리고 로절리

로절리가 최고였어,

요령을 알았거든


그렇게 오래전 옛날

로절리가 외로운 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줄 때면

그러면 우리는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뒤틀며

아우성쳤지


지금 로절리

엄청 늙었거나 아니면

땅속에서 엄청

고요해졌겠죠,

여기는 여드름쟁이 소년

그저 당신을

보고 싶어서

나이를 속였더랬죠


당신 좋았어요, 로절리

1935년 일인데,

지금도

조명이

노란색으로 바뀌고

밤이 

천천히 흐를 때면

기억날 만큼 좋았어요.



침대

위로 뛰어오를

고양이처럼

죽음을 기다려


나는 내 아내에게

정말 아주 미안해

그녀는 보게 되겠지 이

딱딱한

하얀 

시체를

한 번 흔들어보고, 그런 다음

어쩌면

또다시

"행크!"

행크는

대답하지 않을 거야

내가 걱정하는 건

내죽음이 아니야. 이 무의

덩어리와 함께

남겨지게 될

내 아내지

나는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어

그래서

그녀 곁에서

잠들었던

그 모든 밤

심지어 쓸모없는

말다툼조차

찬란했던

것이었다고


그리고 내가 두려워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 어려운

말을

지금은 할 수 있어

나는 당신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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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망상에 잠겨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
좋은 술과 여자 박수와 뭐 그런것들

하지만 새벽 한시
돈을 벌기 위해
때때로 이시간에 달리고 있지
미소띈 얼굴을 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동해고속도로
네비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줌이 마려워도 참으며
웅웅거리는 터널과
터널보다 더 어두운길
누군간 이길 위에서 죽겠지
회색 아스팔트에 머리를 꼬라박고
장밋빛 피가 그위에 번질거야
아름다운 우리들의 꿈
그래도 곧 동해가 나오겠어
아침까진 네시간이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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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18





한가지만은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모든 의미들은 가짜다. 지어낸 것이다.
다행이도 우리는 옛날과 달리, 컴퓨터와 게임 인터넷을 통해 가상현실을 만들고 또 체험할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주 잠시만 생각해 보면 알수 있는 것들이다.


게임속 캐릭터의 행동과 게임 안에서의 법칙들.
그런 것들은 모두 지어낸 거다. 개발자든 플레이어든 누구든 간에.
알트 에프사를 누르면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적군이 보이면 죽여야 하는,
마우스를 클릭하면 앞으로 가는,
이러한 법칙들 말이다.


우리의 생활 양식,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나누는 이야기와 다양한 감정들 모두
인생이란 게임 안에서 지어낸 것들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서로 합의한 것일 뿐이지 본질적으론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게임 속에서 보이는 하늘이 본질적으론 c언어의 조합들이고 이것은 다시 숫자와 식의 조합일 뿐이다.


부모가 죽으면 슬퍼해야 한다고?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흥분되어 한다고?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천만에


이러한 것들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일종의 규칙들이다.
축구에서 백태클 금지와 같은 그런 규칙 말이다.
무엇에 웃겼다면 그것은 게임의 룰이고
무엇에 슬펐어도 역시 게임의 룰이다.


규칙을 제하면 완벽한 정적이 남는다.
검은색 포토샵 화면,
아무것도 입력되지 않은 세계.
그리고 다시 모든것을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스스로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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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스키


한평생, 이 동네를 다니면서 나는 거미줄과 맞닥뜨렸고, 찌르레기에게 공격받았으며,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모든 것이 영원히 지루하고, 절망적이었으며, 저주받았다. 심지어 날씨조차 버릇없고 거지 같았다. 

몇 주 동안 참을 수 없이 덥거나 비가 왔고, 비가 오면 대엿새는 계속 내렸다. 물이 잔디위로 올라와 집 안까지 쏟아져 들어왔다. 

배수관을 계획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그런 문제에 대해 아는 거 하나 없으면서 잘도 돈을 받아 처먹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일도 마찬가지로 나쁘고, 절망적이며, 태어난 날과 똑같았다. 

유일한 차이라고는 이제 이따금 내가 술을 마신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니었다. 

술만이, 인간이 영원히 멍청하게 앉아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그 외에 모든 것은 그저 쪼고 쪼고 내려찍어 깎아 낼 뿐이었다. 

재미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나도. 

사람들은 틀에 갇혀 조심스러웠고, 모두 똑같았다. 

그리고 이 씨팔 새끼들과 평생을 같이 살아야겠지, 난 생각했다. 맙소사,

모두 똥구멍과 성기 입과 겨드랑이뿐이야. 똥 싸고 수다 떨고, 말똥만큼이나 지루하지. 

여자애들은 멀리서 보면 예뻤다. 햇빛이 그 애들의 원피스,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입에서 흘러나오는 속마음을 들으면 언덕 아래에 구멍을 파고 기관총을 든 채 잠복하고 싶어졌다. 

내가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결혼이 가능할리도 없었다. 아이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젠장, 접시 닦이 일자리조차 없다. 

어쩌면 은행 강도가 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저주받을 것. 화염과 불줄기가 있는 어떤 것. 

총알은 딱 하나뿐인데, 어째서 창문 닦이가 되겠는가?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언덕을 따라 더 내려갔다. 

기회가 없는 이런 미래에 정신이 흐트러지는 사람은 나뿐이란 말인가?



나는 눈을 감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수천 마리 물고기가 거기서 서로 먹어 치우고 있었다.

삼키고 싸지르는 끝없는 입과 항문. 

온 지구가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삼키고 싸고 떡 치는 입들과 항문들.



기계에서는 똑딱거리는 소리가 났다. 평화로웠다. 

자동 타이머 장치든지 달아오르는 전등에 붙은 금속 반사 장치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편안하고 긴장이 풀리는 소리였지만, 생각해 보니 의사들이 내게 해준 모든 조치가 다 쓸모없다는 결론이 났다. 

잘되어 봤자 침 때문에 남은 상처를 평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빴지만, 정말 신경 쓰이는 건 그게 아니었다. 

신경 쓰이는 것은 의사들이 나를 치료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논의와 태도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주저했고 염려했지만 뭔가 관심도 없고 따분해했다. 

결국 그들이 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뭔가, 뭐라도 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너무 비전문적일 테니까.  

그들은 가난한 자들을 실험해 보고 만약 효과가 있으면 그 치료법을 부자에게 썼다. 

효과가 없더라도 실험해 볼 가난한 자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미래에 대비하려고고 빈민가까지 가보는 연습을 했다. 

거기서 본 광경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 들은 특별히 대담하거나 영리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을 원했다. 

또한 정신병자인 것이 분명한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거리를 걸어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사회의 가장 가난한 곳과 가장 부유한 곳 양극단 모두에서, 

미친 자들이 사람들 사이에 자유롭게 섞여 지내도 눈감아 준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나는 내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아이였을 때 알았듯이, 내게는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아직도 알고 있었다. 

살인자, 은행 강도, 성자, 강간범, 수도승, 은자가 될 운명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숨을 수 있는 고립된 공간이 필요했다. 

빈민가는 역겨웠다. 

제정신을 가지고 평범히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지루했고, 죽음보다 나빴다. 

다른 가능한 대안은 없어 보였다. 

교육 역시 덫으로 보였다. 스스로 허용한 약간의 교육 덕택에 나는 한층 더 의심이 생겼다.

 의사들, 변호사들, 과학자들은 뭘까? 

그들은 독립된 개체로서 생각하고 행동할 자유를 박탈당하도록 눈감은 자들이다. 

나는 내 판잣집으로 돌아가서 술을 마셨다.



그곳에 앉아 술을 마시면서 나는 자살을 생각했지만 내 육체, 내 삶에 대한 이상한 애착을 느겼다. 

흉터가 가득하긴 했어도 내 것이었다. 

나는 서랍장 위 거울을 들여다보며 씩 웃었다. 

어차피 가야 한다면, 여덟, 열, 혹은 스무 명을 데리고 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12월의 토요일 밤이었다. 

나는 내 방에 있었고, 평소보다 훨씬 더 술을 많이 마시면서 줄담배를 피웠고 여자애들과 도시와 일자리와 앞으로 남은 세월을 생각했다. 

앞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보이는 광경 중에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었다. 

나는 인간 혐오자도 아니고 여성 혐오자도 아니었지만, 혼자가 좋았다. 

작은 공간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았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의 좋은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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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더러운 거미줄을 걷어 내자는 것이 아니고, 거미줄보다 더 더러운 게 호화판 교회 장식품이라는 것입니다.

예배당 안에다 하느님을 모신다고 해도 좋고, 예배당을 거룩한 성도들이 모이는 장소라 해도 좋습니다. 

하느님이나 성도가 모두 거룩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거룩하기 때문에 화려한 장식을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만약에 하느님을 그렇게 화려하게 모시고 싶고, 성도들의 사치한 예배당이 필요하다면 

이 세상 어디에나 똑같이 화려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입니다. 

수인들이 갇혀 있는 캄캄한 지하 감옥에도 계시고, 

기계 소리가 요란한 공장 일터에도 계시고, 

창녀들이 몸을 파는 어두운 뒷골목에도 계시기 때문입니다.


갈보리 산 언덕에서 죽은 예수는 진실로 정치와 대결했던 인간이었습니다. 

예수는 이 세상의 모든 정치를 부정했기 때문에 죽은 것입니다. 

정치를 비판하다 보니 왕의 미움을 샀고, 사제들의 미움을 샀고, 로마의 앞잡이들에게 미움을 산 것입니다.


작년 겨울 어느 날, 보석상 강도범으로 9년형을 받고 징역을 살다 나왔다는 불쌍한 전과범을, 

꾸지람만 실컷 하고는 내쫓듯이 보내 놓고 아직도 마음만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 같은 세상에 저 자신이 끔직한 그런 전과자라 해도 이다지 부끄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 큰 도둑은 다른 데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그런 좀도둑만이 정죄받는 세상이고 

저도 역시 그 큰 도둑놈의 한패거리니 말입니다.

제가 여지껏 감옥에 가지 못한 것은 누군가 제 대신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 예배 시간이 되어 우리는 예배당으로 갔다. 

석조 건물의 예배당은 꽤나 넓었다. 몇천 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밤을 새워 기도를 하면서 예배당 마루에서 지냈다. 

다음 날 아침엔 기도원 내에 있는 매점에서 고구마를 사서 먹었다. 

날고구마를 그대로 문둥이 청년과 함께 씹어 먹고는 산비탈 소나무 밑에서 잤다.


3일째 되던 날, 문둥이 청년은 더 있을 수 없다면서 기도원을 떠나갔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청년은 주저주저하면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의 손을 꽉 마주잡고 산 밑까지 전송을 했다. 

그가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가는 뒷모습이 산모퉁이로 사라져 버리자 나는 여태까지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리고 말았다. 

그 뒤 일주일 동안 기도원에 있었지만, 잠시도 그 문둥이 청년의 모습이 눈 앞에서 떠나지 않아 괴로웠다.

차라리 그 청년과 함께 어디든 함께 갔더라면 하는 뉘우침까지 일어나는 것이었다. 

길 잃은 양처럼 떠나간 청년을 생각하니 이 넓은 기도원엔 예수님이 안 계신 것 같았다. 

분명히 문둥이 청년을 따라가 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수중에 남았던 60원으로 길가 상점에서 두레박용 깡통 하나와 성냥 한 갑을 샀다. 

문둥이 청년이 불현듯이 보고 싶어졌다.

나는 목발을 짚은 청년을 찾으면서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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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4

 

해질녘이면 밖으로 나가 강가를 걷는다

오리와 물고기 

길을 걷는 개들과 사람들

노랗게 일렁이는 물 위로 그들의 환영이 스쳐간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발길을 돌려 도시를 걷는다

인간이 만든 불빛들

일렁이는 손짓과 목소리들

팔을 붙잡는 창녀와 소녀들

노인과 전단지와 친구들

 

 

 

술에 취한 사람들

일렁이는 불빛들

무수히 스쳐가는 환영들

사람과 사람,

불빛과 불빛 사이를 잇는 무수한 웃음소리들

칠흙빛 아스팔트 위를 떠다니는 

무수한 불빛과 사람

오리와 벌레

물과 개와 그림자들

 

슬피 우는 소녀와 소년, 그리고 개들

무수하게 쏟아지는 별과 빛과  그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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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8


자궁에서 나옴과 동시에 끝없이 적막하고 어두운 터널이 펼쳐진다.

어떤이는 세시간만에 죽기도 하고, 어떤이는 백년을 살기도 한다.

가엾거나, 부럽거나 할 일은 아니다.

(2,-1)이 (19,127)을 부러워 하지는 않는다.

어두운 터널속의 한 지점일 뿐이다.

의미없는 좌표속의 무수히 많은 지점들일 뿐이다.


길고 긴 터널 속에서 중요한건 환한 출구가 아니라 터널 속의 어둠 그 자체이다.

터널에 출구가 있을거란 환상은 지워버리는 편이 좋다.


행복 천국 깨달음

환한 출구를 연상시키는 모든 건 본질적으로 개소리다.

그따위게 있을리가 없다. 그런 우주는 초딩도 rpg메이커로 금방 만들어낸다.

그저 게임의 규칙일 뿐이다.


인생에 의미 따위가 있을리가 없다.

의미 역시 어쩌다 생긴 룰일 뿐이다.

끝없이 이어진 어둠, 완벽한 정적과 폐허.

끝없이 펼쳐진 좌표와 신호들이 인생 그 자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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