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4

봄 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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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스키


글 속 언어는 그 사람의 사는 곳과 사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난 평생을 백수에 일용직 노동자로 살았다.
박식한 대화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 내 삶은 상류층과 교류가 생기려야 생길수가 없다.
난 똥구덩이에 앉아 있다.
좀 화가 났고 그건 이상한 광기였는데 내가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난 마음을 홀로 다스리고 삼켜야 했다.
본능을 괴롭히고 편견을 키웠다.
고독은 가장 큰 무기다.
현실을 과장하려면 고독이 필요하다.
난 여가에 진정한 가치를 둔다.
그게 내가 찾은 방식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이 곧 성스러운 장소다.
한 도시에서 버려진 무덤을 찾았고
정오에 술에 취한 채 거기서 잠을 잤다.
다른 도시에서는 더럽고 냄새나는 운하를 쳐다보며
몇 시간이고 앉아 멍을 때렸다.
홀로 보낼 몇 시간, 며칠, 몇 주, 몇 년이 필요했다.
굶주리며 지낼 작은 방도 찾았다.
난 적은 돈으로 오래 버티는 재주가 있다.
모든 걸 시간을 위해 희생했고 주류에서 벗어났다.
하루에 초콜릿 바 하나가 식사의 전부일 때가 많았다.
가장 크게 돈을 쓰는 건 싸구려 와인을 살 때다.
담배를 직접 말아 피웠으며 단편을 수백 편 쓰고
대부분을 잉크로 직접 인쇄했다.
타자기를 저당 잡힌 적이 많았다.
인간을 관찰하려고 바에 앉아 술을 마셨다.
대략 183센티미터 키에 61킬로그램이 나갔고
술에 절었다.
난 태생이 마른 남자인데 머리는 컸다.
난 절망적이지 않다.
내 가난이 즐거웠다.
굶는 건 처음 2~3일만 힘들 뿐이었다.
그 후부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계단을 둥둥 떠서 내려오고 햇살은 매우 밝게 비치고 소리는 아주 크게 들린다.
통찰력이 흐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아진다.
휴일이나 전 세계 축제는 의미가 없어진다.
내 상태가 어떤지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튼 꽤 건강하다.
외로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된 문제는 치아다.
엄청난 치통의 공격을 받았다.
얼른 와인을 입에 밀어 넣고 방 안을 걸었다.
이가 헐거워져 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가끔 손바닥으로 이가 빠져나오기도 했다.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도서관에서 문학 잡지를 읽고 최고의 글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보며 당혹감을 느꼈다.
번지르르한 말이 흐를 뿐 속은 텅 비었다.
도박도 빚도 즐거움도 없다.
과거의유명한 작품인 고전을 읽었다.
최소 수백년이 지났는데도 온갖 거짓말, 치장, 과장, 사기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뭘 하는지 몰랐지만 그렇게 했다.

가고자 하는 곳에 더 치중하고
내게는 신과도 같은 단순함에 몰두했다.

여유가 없고 적게 가질수록 실수나 잘못을 범할 기회가 줄어든다.
천재는 단순한 방식으로 완전한 걸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계속 잘 읽히는 문장을 쓰려고 했다.

내 글이 받아들여진 적은 매우 드물었다.
편집자들은 대체로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손으로 인쇄한 긴 원고를 받으면 그렇게 느낀다.
한 편집자의 답신을 기억한다.
"대체 이건 뭐죠?"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난 내 방식대로 미쳤다.
커튼을 전부 내리고 일주일간 침대에서 꼼짝도 안 한 적이 많다.
한번은 이런 소리를 들었다.
"헬렌, 3호실에 사는 남자 알아? 그의 쓰레기통에는 와인병만 들어있어. 그리고 어두운 방에서 음악을 들어. 난 저 사람이 여길 나가게 만들거야."
여자, 자동차 뭐 그런 것들 그리고 TV는 내게 이상한 외부 요소일 뿐이다.
간간이 아주 간간이 여자들이 있었지만 괜찮은 여자는 거의 없었다.
"집에 TV가 없는 남자는 당신이 처음이에요."
"왜 그래 자기 헛소리 그만 하고 다리 좀 보여 줘봐"
좁아터진 방, 공원 벤치, 최악의 직업 최악의 여자들과 수십년을 산 뒤에 마침내 내 글의 일부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찾는 곳은 소규모 잡지나 포르노 잡지였다.
포르노 잡지가 좋은 방출구가 되었다. 원하는 걸 더 직접적으로 더 좋게 말할 수 있으니까.
다리를 벌리고 성기를 드러낸 여자 사진 사이에서 마침내 단순함과 자유를 얻었다.
이윽고 난 더 정진해서 한층 존경할 만한 출판사를 공략했다.
책을 몇 권 출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 문제, 내 방식을 고수했다고 생각한다.
문장 속 들쑥날쑥한 돌덩이, 비꼬는 웃음, 트림, 방귀를 좋아한다.
여전히 사람에게 공격적이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글은 쓰지 않는다.
그건 너무 쉬우니까
장모는 나보다 겨우 열 살이 많은데 지난해 날 찾아왔다.
어느 날 저녁 경마장에서 돌아와 보니 장모가 내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엄마한테 줬어요 아내가 말했다.
뭣하려? 내가 물었다.
장모는 스크래블과 십자말풀이를 좋아하고 즐겨 보는 tV프로그램이 제시카의 추리극장 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우린 장모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난 아내에게 물었다. "어머니가 내 책에 대해 뭐라고 했어?"
아내는 좋은 연기자다. 씩씩거리는 모욕까지 목소리에 담을 수 있다.
"네 남편은 왜 저런 말을 써야 했니?"
대부분은 대화를 말한 것이겠지만 난 그사이 문장이 거슬렸다는 걸 확신했다.
뻣뻣하고 갈라지고 흐물거리고 새까만, 셰익스피어와는 거리거 머니까.
난 눅눅한 굴에 들어앉아 그런 글을 쓰려고 성실하게 노력했다.
장모가 혐오스럽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나니 날 증명한 것 같았다.
장모의 인정을 받으려면 작품은 내게 두려운 것이어야 하고,
그건 내가 무뎌져서 실용주의자들의 방식으로 갔다는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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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4. 8

별이 아주 많이 보인다
하지만 카메라엔 보이지 않는다

2020. 1. 18

 

이따금씩 막차를 탄다

우리집은 종점 근처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소란스럽던 버스는 점점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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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17

 

우리가 안전을 추구할때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질병임을 알아야 한다

불은 원래 위험하지만

불로 인해 인간이 여기까지 왔다

불을 끄면 안전하지만

그럴 때 생명의 불도 꺼진다

그 인간은 죽는다

 

살고자 한다면

불을 질러야 한다

위험 속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우리의 착각과는 달리

안전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고

위험이 삶으로 가는 길이다

 

살고자 한다면 울타리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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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오고
불빛이 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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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수하물 카트를 밀며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앉아 있는데 웨이터가 지나가다 뭔가에 미끄러졌다.

그가 넘어지면서 그가 들고 있던 커다란 쟁반이 엎어졌다.

접시가 박살났고, 음식물이 온 바닥에 미끄러지고 굴러가며 냄새를 피웠다.

그 많은 것들이 용케 나만 피해갔다.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웨이터는 일어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음식 찌꺼기와 파편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그냥 집에 가서 딸딸이나 치든지 구인 광고를 읽어도 될 텐데 말이다.

누군가 와서 그를 도와주었다.

그들이 대충 치웠을 때 식탁을 치우는 담당인지 설거지 담당인지 하는 사람이 대걸레를 들고 나와 바닥을 닦았다.

한두 번 내 발목에 축축하고 더러운 걸레 자락이 닿았다.

인생이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척 연기하라고 배웠을 뿐이다.

간혹 자살 사건이 일어나거나 누군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대다수의 대중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만사 즐거운 듯 계속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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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8


대부분의 시간을 멍해있거나, 

자거나,

술에 취해 지낸다. 


아주 찰나의 시간만.. 정신이 명료하다

찰나... 지금..

다시 멍해지고

슬퍼지고

잠긴다


몇달동안,

죽어가는 사람들을 본다

암환자

그의 아내와 아들

며느리와 손자들

어색하게 앉아있는 아이들

의사들과 간호사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는 사람들


대부분은 죽는다

아내와 아들

의사와 간호사

며느리와 손자

어색하게 앉아있는 아이들

모두 죽는다


어느순간 그들은 사라지고

그 침대의 명찰이 바뀌고

새로운 누군가 있다

그 역시 죽어간다

나는 인사를 나눈다

그의 아들과, 

그의 누이와

죽어가는 그와


얼마가 지나면 

그들 역시 바뀐다

새로운 누이와 

아들과 

죽어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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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겨우내 장미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6월에 비가왔고 마침내 장미가 떨어졌다
바닥은 장미와 함께 젖었다
며칠뒤 장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겨우내 다시 장미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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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8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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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25


어릴 때 일이다. 

갑자기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검은 천장이 보였다. 

내가 사라진다고, 엄마가 사라진다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다.

울면서 안방에 달려갔다.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물었다.

‘엄마! 죽는 게 너무 무서워요.’

그러자 엄마가 나를 꼭 안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우린 죽으면 천국에서 다시 만날 거야.’


새하얀 구름 위에 가족들이 있었다. 

엄마, 아빠, 나, 형, 죽은 강아지도, 할머니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를 안고 있는 하나님이 있었다. 

비로소 안심이 됐다. 방으로 돌아왔다. 자고 있는 형이 있었다. 형을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이제는 이런 게 거짓말임을 안다.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십계명을  거의 다 어겼다. 

토요일 밤이면 술에 취해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일요일 오후 두시까지 잔다. 

길을 걷다 십자가를 보면 우울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외웠던 주기도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아마도 이 반대일 것이다.

끊임없이 시험 속으로 뛰쳐 들어가야 한다. 

시험이 없다면 시험을 만들어야 한다.

시험이 없는 평온한 상태, 천국과 같은 곳이야 말로 죽음과 가장 근접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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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24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에 취해서 자고 있었고, 

자기가 누군지도 인식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가 있었지만 약을 많이 먹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살인범, 강간범, 정신분열, 스키조, 알콜중독, 도박중독, 모두 병원의 규칙을 잘 따랐다.

가끔씩 멀쩡한 환자들이 씩씩거리며 들어왔는데, 약을 먹으면 대부분 온순한 양처럼 변했다. 

어떤 환자들은 병원을 모텔처럼 이용했다. 

술에 취하면 들어와서 자고 다음날에 퇴원했다. 


병원 이사장은 의사지만 전형적인 사업가였다.

그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지 보다는, 

어떻게 환자들을 이용해 돈을 벌지 고민했다. 

비교적 멀쩡한 환자들은 근처 공장에서 비누를 만들거나, 

노인병동의 재활치료사로 일하거나,

밭에서 농사를 지었다.

남은 환자들은 대부분 병동 안에서 종이백을 접었다.

주 고객은 경찰 관공서 등 정부 기관이었다.

이들은 경찰마크가 그려진 종이백을 한 달 내내 접고 월 10만원을 받았다.

그것이 재활치료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사장은 존경받는 의사이자 병원 6개를 보유한 자산가였다.

그리고 종이백을 접던 환자들은 사회의 쓰레기 가족도 찾지 않는 정신병자 핵폐기물이었다.


어느 날, 한 할아버지 환자의 아들이 찾아왔다.

어머니의 유골함을 보여주고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자리를 떠났다.

이후 할아버지가 밤마다 찾아와 소리쳤다.

‘할망구가 죽었대요. 나 나가야 해요.’

다음날에도 ‘할망구가 죽었대요. 나 나가야 해요.’

일주일 뒤에도 ‘할망구가 죽었대요. 나 나가야 해요.’

그는 밥도 먹지 않았다. 

약을 먹여도 소용없었다. 

죽은 부인을 보러 나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강력했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그를 막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를 침대에 꽁꽁 묶어 독방에 가뒀다.

묶이면서도 할아버지는 소리쳤다. 

‘할망구가 죽었대요. 나 나가야 해요.’


얼마 뒤 그는 죽었다.

소원대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나는 병원을 그만두었다.

마지막 근무를 하던 날, 

병원 근처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웃었다. 

씨발, 빌어먹을, 씨발. 

그날 밤 엉망으로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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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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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1


검은 나무 아래 앉아
붉은 하늘을 본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흔들린다
숲의 소리가 들린다
새들은 울음을 멈췄다

도시의 불빛들이 들어온다
하늘은 검어진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불빛 아래서 울고있다
노래방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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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6


여자는 사람 셋을 죽였다
남자는 그런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여자를 잡으러 온 경찰을 남자가 죽인다
이제 여자는 사람 셋을
남자는 사람 하나를 죽였다

여자는 자신이 경찰을 죽였다고 거짓말을 한다
여자는 사람 넷을 죽인 사형수가 된다
남자는 그런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남자는 성전환을 하고 성형을 한다
남자의 외모는 여자와 같아진다
사형집행날 둘은 바꿔치기된다

남자의 죄를 뒤집어쓴 여자를 대신해 여자가 된 남자가 죽는다
여자는 살아남아 여자가 된 남자의 장례식을 지켜본다

그 어떤 인간도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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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9


신부는 소녀를 사랑한다
소녀가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고 고해성사 한다
신부는 소녀를 대신해 아버지를 죽인다
소녀는 그 죄를 뒤집어쓴다
소녀가 죽는다

신부는 고백한다 내가 살인범이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신부가 자살을 한다

사람들은 믿는다
신부가 소녀의 죄를 사하고 십자가를 졌다고
신부는 성자로 추앙받는다
사실은 정 반대다
소녀가 신부의 죄를 사하고 십자가를 졌다
소녀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으로 기억된다

내가 화평을 주러 온 줄 아느냐
나는 화평이 아닌 검을 주러 왔노라
나는 아버지와 아들을 갈라놓고
너희 형제를 서로 미워하게 하려 왔노라
-마태복음-

그리스도는 십자가라는 검을 줬다
신부는 그 검을 휘둘렀고
소녀는 피묻은 십자가를 대신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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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이곳에는 고딕 양식의 회랑이 있는데 요즘 들어 아주 멋지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그 회랑은 이해할 수 없는 중국어가 들리는 악몽처럼 차갑고 기괴한 느낌이어서, 

아무리 위대한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다른 세계의 것처럼 느껴진다. 

네로가 지배하던 고대 로마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 세계에 속하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여긴다.


낯설게 보이는 건 그뿐만이 아니다. 

알제리 군인들, 

사창가, 

처음으로 성체 배령을 하러 가는 귀여운 아를의 아이들, 

미사복을 입은 신부들, 

위험한 코뿔소를 닮은 사람들,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들....

이 모두가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보인다. 


내가 예술적 환경에서만 편안함을 느낀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기보다는 농담을 하는 쪽이 더 낫나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을 농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무 괴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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